어머니와의 문자 대화
“점심 먹었니?”
“네, 먹었어요.”
가끔 나오는 문자메시지 대화 패턴이다. 어머니가 내가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는지 궁금해하시기 때문이다. (그렇다. 내가 나이를 얼마 먹든지 나는 어머니는 내가 “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는지” 종종 확인하실 것 같다. 밖에서 혼자 산 게 4-5년, 객지에서 완전히 혼자 지낸 게 5년, 도합 10년 가까이 독립해서 살았는는데도 말이다. ㅠㅠ) 그런데 오늘은 한 마디를 더 붙여서 물어보신다.
“낮에 뭐 먹었니?”
아, 이건 뭔가. 보통 때는 먹었냐고 물어보시는 게 다인데 오늘은 뭘 먹었냐고 콕 짚어서 물어보시는 거다. 약 1초간의 짧은 짜증. 잠시 후 답장을 보냈다.
“비빔밥 먹었네요.”
집에 돌아왔다. 어머니는 내가 돌아올 때 즈음 해서 국수를 삶아놓고 계셨다. 먹기 시작하는데 어머니가 말씀을 꺼내신다.
“저녁을 준비하는데 네가 점심때 뭐 먹었는지 궁금하더라고. 비빔밥 먹었다고 하길래 밥 말고 국수, 그 중에도 비빔국수 말고 국물 있는 걸로 준비했어. 맛있을 거야.”
아 이 이야기를 듣는데 왜 이리 맘이 뜨거워오는지. 짧은 순간이었지만 짜증을 냈던 내 마음이 참으로 부끄러워졌다.
가끔 사랑은 성가심으로 다가온다. 하지만 이해하려고 조금 노력한다면 내가 성가셔하는 부분이 사랑의 세심함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. 그래서 결론은… 마음을 깊이 해야 사랑도 깊이 받을 수 있는가 보다.
일상 스케치
하나.
유저스토리북 userstorybook.net의 <괜히 읽었어> 코의 키워드들. (via +Whizz Xanadu on Google +)
읽다가던져버린책, 욕나욕책, 돈아까운책, 뭔소린가싶은, 제기랄, 외계어로쓴, 돈지랄한책, 왕자공주병작가, 잘난체병맛인, 번역왕짜증, 표지왕느끼, 표리부동한책, 헤어진애인이준책, 헤어진애인에게준책, 내용왕그지, 제본왕후짐, 암튼애니웨이 재수없는책
(왜 갑자기 “체키라웃 요책 조책!” 뭐 이런 여음구가 떠오르는 것인지…)
하지만 내가 선사시대에 헤어진 애인에게 준 책은 여전히 내 삶에 가장 중요한 자산. 그 책의 제목은 <전태일 평전>.
둘.
말하는 입은 가위날과 같지.
닫고 있으면 아무도 다치지 않아.
열림과 동시에 그 어떤 것이든 해칠 수 있게 되지.
하지만 다시 닫히는 순간 그와의 관계는 영원한 단절.
침묵만큼 긴 상처.
하지만 다시 입을 여는 순간
우린 모두 더 큰 상처에 취약해질 뿐.
셋.
언제부턴가 “학번과 이름”이라는 순서가 불편해졌다.
이름이 있고 학번이 있는 것이지.
사람이 먼저 나고 제도교육이 따라온 거지.
학생도 선생도 숫자가 된 세상에서
각자의 이름으로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.
넷.
하루 종일 비가 오락 가락.
시험을 출제하니 마음이 저절로 가라앉네.
다섯.
In three words I can sum up everything I’ve learned about life: it goes on. - Robert Frost)